지탱엽서💌 @jeetaeng_log

님 목요일 아침 상쾌하게 시작하셨나요? 제가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3주가 지났네요. 거의 한 달 동안 이번 여행의 기억을 붙잡고 살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 3박 4일 일정의 여행이 가성비가 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제가 교토 여행을 결심하게 한 장본인, 디앤디파트먼트 교토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한적하고 깔끔한 동네. 소소하지만 개성 있는 가게들이 곳곳에 있어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우-와 하고 벌리는 골목을 지나면, 동네를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불광사라는 신사가 나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 불광사 안에 있었어요. 바로, 디앤디파트먼트 교토점!

엥? 절 안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이 있다니..... 님 상상이 가시나요? 제게 이곳은 상상 이상의 공간이었어요. (사실 디앤디파트먼트 교토점이 절 안에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방문했거든요.) 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외부와 단절된 기분을 받았어요. 북적이던 곳에서 벗어나서 순식간에 차분해진 공기를 만났달까요? (그런데 그 공기조차 뜨겁긴 했어요. 너무 더웠거든요.) 괜히 옷매무새와 마음을 한번 가다듬고 디앤디파트먼트를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디앤디파트먼트가 시대, 유행,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디자인 제품을 다루는 만큼 교토점에는 교토와 관련된 도서, 음식, 식기류, 옷 등이 넘쳐났어요. 특히 에코백과 손수건, 도서 등 일부 제품들은 다다미방에 진열이 되어 있었는데요. 새로 지은 공간이 아니라 과거 스님의 숙소였던 공간을 재탄생시킨 공간인 만큼 기존 공간의 매력을 잘 살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저의 취향과 가치관에 찰떡인 공간이었죠.

님도 혹시나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에 지쳤다면, 오늘 망설임 없이 디앤디파트먼트 교토점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 곳은 사람들에게 "교토다움"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곳이라고 손꼽히곤 하거든요. 역시나 직접 다녀와 보니 공간의 인상이 짙게 남아요. 아직 저는 "교토다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디앤디파트먼트 교토점을 통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꾸준히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알아봐 주기 시작한다.' 이것이 10년 넘게 디앤디파트먼트 교토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 아닐까요?

건물 맞은편, 신사 가운데에 무척 큰 은행나무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그 나무를 보자마자 이곳의 사계절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가 얼마나 노란빛으로 예쁠지, 겨울이 되면 눈이 소복하게 쌓인 공간의 분위기는 어떨지 말이죠.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었네요. 언젠가 님께서 디앤디파트먼트 교토에 방문하게 된다면 제게 귀띔 한번 해주세요. 역시나 좋은 곳이었다고 말이죠.

[추신]

언제 올지 모를 이 엽서를 선뜻 기다려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