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주 좋던 4월 첫 주,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큰마음 먹고 연차를 하나 더 써서 마지막 날은 혼자 제주에 하루 더 있기로 했습니다. (아직 근속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아서 한 달이 지나야 소중한 연차 하루가 적립된답니다.)

당연하게도(?) 혼자 보내는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은 전날까지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어요. (P형 인간 지탱...) 그러다 문득 요가를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3년 차 요기니랍니다🙏) 가끔 여행지에서 요가원데이 클래스를 듣곤 했거든요. 혼자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 요가로 차분히 하루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이버지도를 켜서 '요가원'을 검색하고, 공항 근처에 갈만한 요가원을 찾아봤어요. 그러다 눈에 띈 요가원은 바로 이효리님의 요가원으로도 유명한 '한주훈 요가원'이었어요. 사실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볼 엄두조차 못 냈던 곳이에요. 선생님은 50년 이상 수련하신 하타 요가 지도자이시기도 하고, 꽤 유명한곳이라.. '감히 내가 가도 될까?'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 계획도 없는 오늘! 왠지 모르게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같았으면면 회사에서 컴퓨터를 켜서 업무를 한창 하고 있을 오전 10시. 긴장되는 마음으로 요가원 문을 열었어요. 파란 매트가 깔린 수련실에 들어서서 쭈뼛쭈뼛 다른 수련자 분들 옆에 자리를 잡고 나니 수업이 시작되었죠. 그런데..!! 잠시 힐링..을 꿈꿨던 저의 상상은 파사삭.. 엄청난 자세(아사나)를 보여주시는 분들 속에서 저는 입을 벌리고 구경을...하기 시작했어요. 순간적으로 '아.. 나도 저렇게하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 저를 지켜보던 선생님께서 말을 거셨어요.

- 선생님 : 직장휴가 내고 여행 왔니? 서울에서 왔어?
- 지탱 :네... (어떻게 아셨지!! 동공지진)
- 선생님 : 그러면 즐기다 가라. 오늘 하루. 조급해 하지 말고, 재미있게 하다가 차 따뜻하게 마시고 밥사줄 테니까 점심 먹고 가. 알겠지?
- 지탱 : (끄덕끄덕)
- 선생님 : 재미있게 하면 돼. 그거면 돼.

선생님은 어떻게아셨을까요..? 제가 휴가를 쓰고 여행을 하다 이곳을 찾은 것도, 순간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도 말이죠.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재미있게 수련을 하고 나서는 수련생 분들과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뜨끈한 해물된장찌개를 점심으로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